어린 시절, 당신의 영웅은 누구였습니까. 당신의 작은 손가락 안에, 당신의 오래된 책상 위에, 당신의 하교길 골목 어귀에, 당신의 보물창고, 동네 문방구에, 당신이 적들과 싸우던 놀이터에, 그리고., 당신의 꿈 속에. 당신에겐 영웅이 있었습니다.“ ('로봇 태권 V' 프롤로그 중)

태권브이는 저의 영웅이었습니다.
7살때 안경점에가서 안경을 처음 맞출때 유선으로 나오던 태권브이...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고도 태권브이를 다보고 나왔었죠...
그리고 되고싶었습니다.
훈이처럼.. 태권브이처럼..
세상의 악을 나쁜 사람을 다 이길수 있는 태권브이처럼...
그리고 본 슈퍼태권브이, 84태권브이.... 김형배씨의 태권브이 만화책들....
제 마음속에는 태권브이라는 영웅리 너무 깊이 박혀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만화가라는 꿈을 꿨습니다.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무지하게 때를 썼지만 다닌 곳은 주산학원...
혼자서 그 얼마안되는 용돈으로 산건 태권브이 만화책과 카세트 테이프..
테이프가 늘어날때까지 듣고 또 듣고, 만화책이 헐때까지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지내며 저는 컸습니다.
물론 90년에 나온 태권브이90을 보며 기뻐도 했고, 월간 우뢰매을 열심히 모으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태권브이는 조금씩 잊혀져 갔지요...

그러다 대학에 들어왔습니다.
대학에서 감각의 제국이라는 영화를 보며 영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아마도 그 원점은 태권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징가제트, 그레이트마징가, 그렌다이져, 스타에이스, 메칸더브이, 강철로봇 지그, 콤바트라브이...
숟한 로봇만화가 있어도 저에게는 태권브이 뿐이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며 문화사를 배웠습니다.
그때 느꼈던 건 문화사라면 영화도 있고 , 애니메이션도 있을꺼라고..
때마침 샀던 책이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문화사였습니다.
영화는 있는데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화로 보는 한국사회문화사는 없을까....
그때부터 저의 논문의 주제는 그것이었습니다.
혼자서 한국 고전애니메이션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힐정도로 한국고전애니메이션을 모으기도 했었죠..
60년대애니메이션부터 하청한 애니메이션까지....
제대후 2년간 미친듯이 한국애니메이션을 모았습니다.
그때 딴지일보에서 태권브이 부활프로젝트가 나오더군요..
그리고 몇달후 한국에 남아있던 비디오필름과 미국에서 볼타브이라고 나왔던 필름을 구해서 몇만원에 팔았습니다.
당연히 샀죠..
이후 수중특공대, 태권브이와 황금박쥐의대결... 열심히 모았습니다.
또 태권브이 시리즈로 디비디세편(로보트태권브이, 슈퍼태권브이, 3단합체 84태권브이)도 샀습니다.
하지만 2편인 우주작전은 한국은 물론 어디에서도 구할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필름이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원본 필름은 당시 모두 수출을 위해서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이후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라고 신씨네와 프로젝트 브이등 여러군데에서 나왔고 활발했지만.. 다시 조용히 사글어들었습니다.
뉴태권브이에 대한 기초 일러스트, 시나리오까지 나온 상태에서요...
그러다 우연히.. 한국영상진흥원 자료실에서 엉망이된 태권브이 1탄의 복사본필름이 발견되었고 2년간 복원작업에 들어가게 되고, 이번에 개봉하였습니다...

한국애니메이션의 발달사라는 논문을 쓰며 많은 욕이 나왔습니다.
첫째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정권아래에서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대이념에 의해 반공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전두환정권때는 스포츠물로 일괄되고...
둘째는 일본이나 외국의 경우는 자료보존이 우수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최초의 극장 애니메이션이었던 홍길동은 당시 뛰어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솔직히 70년대에 만들어진 태권브이보다 훨씬 뛰어난 퀄리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후 호피와 차돌바위부터는 남아있지요..
훨씬 그 뒤에 개봉한 태권브이도 겨우 찾아냈고, 2탄인 우주작전은 구할수도 없습니다.
수중특공대나 황금날개와 태권브이의 대결은 상태는 심각하지만 겨우 구할수 있었지만요...

오늘 태권브이를 보며 눈물이 찔끔흘렸습니다.
영화시작전 나오던 복원에 대한 글귀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의 영웅이 30년만에 부활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영웅을 30년만에 그것도 현대의 기술력에 의해 겨우 되찾았습니다.
물론 추억속에서의 멋진 모습만을 기억하고도 싶겠죠..
하지만 그 영웅의 모습이 추하든, 부끄럽든.. 그것은 우리가 찾아서 보존하고 물려줘야할 유산입니다.

지누션2집을 샀습니다.
오직하나.. 2집 타이틀곡이 태권브이라서 포스터가 태권브이가 나와서 입니다.
오늘 극장에 가니 아이들이 많더군요..
126석에 빈좌석은 8개정도였습니다.
지금 태권브이는 예매율 2위라는 당초 예상을 깨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오늘 본 태권브이는 완전판이었습니다.
그림도 많이 복원되어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성우도 바꾸고, 노래부른것도 다른 사람이 불렀습니다.
저는 옛날의 말투를 알고있어서 또 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물론 그 아이들은 지금하는 케로로나 원피스, 나루토, 유희왕이 더 멋있지 촌스런 태권브이는 별로일겁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같이 와서 세대를 넘어서 같이 태권브이를 보며 웃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태권브이의 비화도 많습니다. 마징거브이로 시작해서.....
하지만 결국 태권브이는 우리의 영웅으로 남아있고, 한국 애니메이션이 활발히 커지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제게 태권브이는 이런 존재입니다.
한 소년에게 꿈을 주었던 존재이기에 저는 태권브이에 많은 돈을 부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영웅을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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